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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

생산라인 _ 황 포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은 2018-2019년 '아시아' 키워드를 주요하게 다룰 모양인가 보다. 지난 4월 새로 오픈한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에 다녀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형으로서의 아시아, 또는 알고 있는(어쩌면 편견을 가진) 아시아 문화라는 한계를 넘어, 여러 작가들이 경험하고 표현한 단상을 보며 새로운 질문을 찾고, 공감하고, 다시 질문하게 하는 전시였다.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4.7 - 2018.7.8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2018.4.7 - 2018.7.8


정작 아시아인인 우리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몰랐던 이야기]들이 내내 펼쳐진다. 전시는 우리가 아시아를 이해하는 관점, 이념 또는 위협 같은 가시적이지 않은 부분들을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담아낸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전시는 황 포치의 <생산 라인>이었다. 오랫동안 의류 제조업의 본거지였던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슬픔이 그대로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공장에서 생산된 의류는 대체로 지금도 여전히 아시아 국적의 태그를 달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라는 이름이 아닌 그 안에서 벌어지는 과중한 노동과 부당한 근로 환경이다. 자연스레 전태일을 떠올리게 하는 고된 노동 현장을, 작가는 그의 어머니를 통해 다시 우리에게 작품으로 말을 걸어온다.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어서 다리가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었다'는 엄마의 고백 옆으로 코끼리 코를 흉내낸 여성의 사진이 걸려있다. 그 앞으로는 사이즈가 아주 넉넉한, 흡사 코끼리를 떠올리게 하는 회색빛 바지가 몇 벌 보인다.



글자만 하얗게 남기고 청색 볼펜으로 바탕을 빼곡하게 칠한 방식으로 나타낸 'sorry, today I don't have day off'. 가장 저렴한 유성 볼펜으로, 집요하게 칠했을 작은 액자는 청색 직물 같이 보이기도 하고, 공장 노동자들에게 매겨진 저가(低價)의 가치를 상징하는 것도 같았다. 그리고 쉬는 날 없음의 미안함은, 아마 딸을 향한 마음이지 않았을까. 



우리는 틀로 찍어낸 듯 똑같은 옷들을 의류 매장에서 대수롭지 않게 만나기가 당연하지만, 그 순간은 생산 라인의 가장 끝일 뿐이다. 시작은 커다란 천 뭉텅이다. 완성된 옷은 누군가의 노동력은 물론 개인의 삶과 바꾸어진 것이며, 그 삶을 기꺼이 지불한 주체는 대체로 아시아였다. 그리고 관람객은 지금 입고 있는 티셔츠와 바지와 외투와 신발이 어디에서 누구에게로부터 왔을지 떠올린다.



<생산 라인>에 관하여만 썼지만 다른 인상적인 작품도 많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작년부터 꾸준히 찾기 시작했는데, 국내외 작가들을 고루 소개하고, 어렵지 않은 소통 방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참 좋다. 미술관 환경의 쾌적함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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